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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평

"문명은 자연을 파괴할까?"에 관한 고찰

by 자유시각 2019. 8. 29.

 

 필자가 다니는 대학교 필수교양 시간에 '문명의 대표적인 산물인 자동차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뉘앙스의 주제로 글을 쓰는 과제가 있었다. 문학계열 교양 강의가 다 그렇듯, 뚜렷하고 현실적인 대안은 못내면서 입바른 소리로 결론내리는 그런 과제 말이다.


 자칭 환경보호가(높은 확률로 진보성향, 좌파)들은 문명의 온갖 혜택은 누리고 살면서 '인간문명이 자연을 훼손한다. 반성하라'는 주장을 너무도 뻔뻔스럽게 내뱉는다. 나는 평소에 그런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위선을 너무나도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한번 전형적인 답안을 내기보다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아래는 당시 제출했던 과제의 내용이다. (일부 자잘한 표현을 고쳐 쓰고 기사링크를 첨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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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자연에서 배제해버린 자에게 보내는 글


경제학과 오승진


 그대가 자동차를 공기, 물, 숲, 땅을 파괴하는 흉기 쯤으로 인식한 까닭은 조금이라도 '생각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밖에’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런 것이다. 문명의 발전에 따른 산물이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적대적 양상을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문명 발전이 과도기에 접했을 때나 해당되는 얘기이지, 문명은 생태계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지점에서의 타협을 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명의 산물인) 자동차는 자연과의 조화를 깨트리지 않는 수준에서 그 존재를 유지하게 되는 숙명을 따르게 됨을 알 수 있다.


 기술적으로 발전된 문명의 또 다른 산물, (그대가 문제 삼는 자동차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는[각주:1]) 고속열차 또한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고속열차가 지나는 원효터널(일명 천성산 터널)은 무려 13km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하는데, 이 점을 들어 그대와 같이 ‘조금이라도 생각 있는 사람’은 ‘문명의 생태계 파괴’를 운운하며 착공을 반대했다. 그러나 막상 공사가 끝나자 고속열차가 오가는 터널 위에 위치한 산기슭은 천연기념물 도롱뇽이 서식하는 1급 습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각주:2] 피상적으로는 불가능해보일 것 같았던 자연과의 공생을 문명의 발달된 기술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그리고 그 '조금밖에 생각하지 못한 사람'은 후에 <슬프게도 천성산은 도롱뇽 알 천지였다.>는 제목의 회고록을 작성한 바 있다. '슬프게도'라니, 결국 스스로의 주장-문명으로 인해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다.-이 실현되지 않아 기쁘지 않다는 것일까? 자연을 정말 사랑하고 보존하고자 했다면 '다행'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했겠지만, 굳이 '슬프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가 문명을 깎아내리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 데 따른 아쉬움이 들어서가 아니었을까? 자동차의 부재(不在)를 원하는 그대도 마찬가지다. 그대가 표현한 바와 같이 인간은 '자신보다 더 큰 자연의 일부'일지언대, 그대는 마치 인간 문명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자연을 파멸로 이끄는 것인 양 서술하고 있지 않은가?


 '인문적·정신적 지혜’가 무엇을 뜻하는지 본인은 도통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과학 및 기술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그대는 '자동차가 없는 과거'로의 퇴보를 지향하자는 것과 진배없다. 그러나 그때의 인류는 오늘날의 절반도 안되는 수명을, 즉 그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신체의 자연친화도를 보여주었던 점에 주목하라.[각주:3]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자연을 생각지 않는’ 방식으로 출발한 문명은, 자연이 오염된 대기를 돌려주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는 지경에 다다르자 되레 자연을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 그대가 부정하고 나무를 뽑아내는 게 ‘이전의 문명’이었다면 다시금 나무를 심는 것이 오늘날의 ‘발전된 문명’임을 그대는 애써 부정하려 드는가?


 인간이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맞닥뜨린 생존 문제에 기인한 것이다.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것을 '생태계 파괴'가 아닌 '순리'로 보는 까닭은 그들이 선택한 생존방식이 생태계의 조화를 해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의 문명이 생태계와의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자동차가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문명, 그리고 과도기적 문명 모두를 부정하고 ‘모닥불을 피우던’, 혹은 그 이전의 원시생활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인간의 생존도구가 되었던 문명, 즉 자연에 대한 '인(人)위적인 개입'을 부정하고 짐승과 같이 조에(zoē)[각주:4]적인 삶을 추구하자는 의미이다. 인간이 다른 짐승과 구별되는 점인 '도구를 통한 자연에서의 생존방식'을 추구하지 말라는 듯한 그대의 ‘배제의 논리’는 문명이나 자연이 어느 한 쪽을 파멸한다고 인식하는 데서 성립한 ‘궤변’에 가깝다. 문명이 자연물인 인간으로부터 출발했으니 결국 자연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을 그대는 망각했기에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알겠는가? 인간의 문명, 삶을 자연과 분리해버리는 우를 범한 그대여.


참고

천성산은 도롱뇽 알 천지였다

https://news.joins.com/article/5174781

[박정훈 칼럼] "'슬프게도' 천성산엔 도롱뇽 천지였다"고 했던 지율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06/2014030604664.html

 <조선시대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https://www.yna.co.kr/view/AKR201312250715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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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과 자연은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을 파괴해야만 성장하는 제로섬(zero-sum)적인 관계가 아니다.' 나는 그것을 주장하기에 가장 좋은 근거 사례로 대규모 문명사회의 변화이자, 가장 최신기술을 접목한 KTX 천성산 터널 공사를 가져왔고, 당시로서도 해당 주제의 에세이 중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필자 기억이라 아닐수도 있다. 아님 말고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이후에도 제주 해군기지 사건 (일명 '구럼비바위 파괴 논란'), 4대강 사업 등 '어떻게~ 자연을 파괴할 수가 있냐~'는 식의 뜬구름잡는 논리로 반대했던 수많은 환경단체들의 나댐이 있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이건 문명인의 상식적인 비판이 아니라 그야말로 '나대는 거'다. 무슨 21세기에 바위 살려내라는 소릴 할 수가 있지? 애니미즘인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좌파들의 언행은


1. 자연파괴는 나쁘다.

2. 문명은 자연파괴를 한다.

3. 문명은 발전을 멈춰야한다 - ?!


 아마 이정도 수준의 간단하고 몰지각한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좌파중에 환경보호론자는 물론이거니와 채식주의자(요즘 유행하는 비건), 페미니스트가 많은 것일 수도 있다. 다 그정도 수준일테니.


마무리하며...

 인간이 문명생활을 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자연파괴는 결국 동물을 죽여서 영양소를 섭취한다든지 하는 '필연적인' 과정을 포함한다. 애당초 자연 그대로 유지되게끔 '자연파괴'의 책임소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존재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인간은 어느정도 파괴를 용인하며 살 수밖에 없다.


 자연파괴의 정의를 '자연 생태계의 긍정적 순환을 파괴하는 것'으로, 위에서 말한 자연파괴보다 조금 느슨한 정의를 하게 된다면 그나마 봐줄만 하지만, 문제는 생태계 파괴를 '증명'한다는 것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아직도 적중률 100%의 기상예보를 보지 못하며, 심해나 우주에 관해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을 연구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자연의 모든 원리를 파악하는 '절대자'에 가까워지면서도 결코 절대자가 될 수 없는 것이 인류 문명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직 많은 것들이 규명되지 않은 사회에서 단순한 논리로 '환경파괴는 나빠요'라며 문명의 모든 발전과정에 발목잡겠다는 사람들의 언행은 그 논리 자체가 부실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비판'이 되기 힘들다.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 사건만 봐도 그런 간단하고 몰지각한 논리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 피해를 떠안아야 했는가?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고 성숙해지려면 어린아이와도 같은 수준의 논리는 좀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1.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해도 에너지원 측면에서 보면 ‘생태계 파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을 글쓰기2 교과서 107~108p에서 하였다. [본문으로]
  2. 천성산은 도롱뇽 알 천지였다 - 2011. 03. 11. 중앙일보 [본문으로]
  3. 참고 <조선시대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2013. 12. 26. 연합뉴스 [본문으로]
  4. “생물학적 삶이자, 육체로서 연명해가는 생명을 가리킨다.” - 김홍중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인간이란 무엇인가?”, <경총 경영계 1월호>, 2012. 01. 1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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