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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평

돈을 얻으려면 정직을 버리라? 그건 편견이다.

by 자유시각 2019. 8. 30.


 한국사회는 유난히 사기가 많다. 작게는 중고물품 거래 사기부터, 크게는 소위 '곗돈 들고 날랐다'는 식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기까지. 그래서인지 사기범죄 부문 1위 국가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기(fraud)치는 걸 '자본주의 사회여서 그렇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자본주의가 받는 전형적인 오해 중 하나이다. 이기심이 자본주의와 결부되어 문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 '삐뚤어진 이기심' 또한 커져왔던 것이다. 이 잘못된 이기심의 존재 자체는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인 이상 어쩔수 없는 섭리에 가깝고 근본적으로 개개인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지 못한 게 잘못이지, 자본주의를 탓할 게 아니라는 소리다.


 필자가 대학교 2학년 때 글쓰기 교양 에세이로 제출하였던 글을 가져왔다. 대략 '정직과 돈 어떤 것을 추구할 것인가?'의 주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번 글<"문명은 자연을 파괴할까?"에 관한 고찰>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경제학도로서의 소신을 담아 적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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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을 원한다. 그래서 정직을 추구한다.


경제학과 오승진


 돈은 교환의 매개체이다. 즉, 돈이 내 손에 온전히 들어오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볼 것은, 내가 지불한 대가를 받는 대상 또한 (교환의 매개로서의) 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수중에 돈을 많이 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생각할 필요성이 도출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나와 같이 돈을 원하는 (마치 줄다리기의 경쟁자와도 같은) 상대방의 지갑을 호의적으로 열 수 있는 것일까? 거래를 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능동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신뢰'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줌으로써, 그가 나에게 많은 액수의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깝지 않거나 타당한 수준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손에 꼽을 수 있는데, 이는 기업이 브랜드라는 신뢰가는 얼굴을 보여주어 소비자로 하여금 기꺼이 (때로는 충성적인 모습을 띄며) 지갑을 열게 한다.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구체화된 브랜드의 긍정적인 면을 역설하는 사례다. 물론 발화자의 의도와 청자의 해석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인간사회에서 브랜드는 간혹 부정적인 인식을 공고히 하기에 이른다.



 흔히 온라인 상에 사용되는 표현 중에 '혜자스럽다.'와 '창렬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각각 연예인 김혜자 씨와 김창렬 씨의 이름을 딴 표현인데, 이 둘의 통용되는 의미가 정반대인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둘 다 각자의 이름을 딴 음식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먼저 '혜자스러운' 상품의 경우 다른 경쟁상품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푸짐한 내용물이 들어있다는 '알찬' 이미지가 지배적인 반면, '창렬스러운 상품'의 경우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지나칠 정도로 부실하다는 인식이 정보사회의 기류를 타고 빠르게 확산된 바 있다. 혜자스러운 상품과 창렬스러운 상품을 각각 1개씩 팔았다면 후자가 이익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혜자스러운 음식이 압도적인 판매이익을 남길 것이다. 후자는 한번 '속고'는 더 이상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겉포장으로 속이는 행위를 한 창렬스러운 제품은 결국 사장되고 마는 것이다.


 적은 비용-적은 이익(low cost-low return)을 추구할 바에야 많은 비용-많은 이익(high cost-high return)을 추구하자는 것은 궁극적으로 파이를 가장 극대화하고자 하는 욕심, 즉 돈을 더 많이 얻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발상이다. 위에서 언급한 도시락을 판매하는 GS25의 경우 2015년 영업이익은 70%, 매출은 32%가량 늘어났는데,[각주:1]


 이는 상품 당 이익률을 늘렸다는 것으로, 혜자 도시락이 일반 도시락보다 원가 대비 더 비싸게 팔았다는 걸 의미한다. 일반 도시락대비 혜자 도시락을 만드는 비용이 2배가 될 때 판매되는 가격은 3배가 됐다고 하면 이해가 편할까.


이를 가능케 한 것,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결국 '정직'이 만드는 것이다. 수중에 돈을 더 많이 쥐기 위해서라는 탐욕적인 목적 아래 창렬스러운 사술(lying)은 지양하고 정직하게 '까놓고' 승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혜자스럽다=더 많은 돈을 건넬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주는 신뢰감은 결국 제대로 거래할 만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정직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돈이라는 것은 정직과 상충되기 보다는 되레 정직에 비례하는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신뢰를 잃으면 처음 목표로 삼았던 돈까지 거머쥐지 못하는 것을 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수중에 돈을 더 많이 쥐기 위해서는 정직이라는 가치가 필수 불가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돈과 정직을 상충(trade-off)관계인 양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우리 사회가 ‘눈앞의 마시멜로’의 유혹에 빠져버리고야 마는 ‘빨리빨리’ 정신에 아직까지도 사로잡혀 큰 꿈을 그리지 못하는 탓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돈과 정직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힌 이들이 적지 않으리란 생각에 그저 씁쓸함만 밀려올 따름이다.


참고

불꽃 튀는 '편의점 도시락 난투극' 승자는?

http://www.ewoman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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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이는(deceiving) 것은 근본적으로 가치가 낮거나 없는 재화/서비스를 부풀려서 가격을 받아내는 걸 의미한다. 특히 실제 가치가 없는데 돈을 받아내는 건 우리 사회 전체에 분명한 마이너스 효과만을 가져다준다. 그렇기에 사기가 창궐한 사회는 내부적으로도, 외부적(국제적)으로도 성장에 발목을 잡는 일이다. 노력을 배반하는 사회에 누가 노력하려 하겠는가? 또한 신뢰는 쌓는것보다 떨어지기가 쉬운 상황에서 누가 그 사회 구성원을 믿으려 할까?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는 더이상 사회 내부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언제쯤 성숙해질 수 있을까? 언제쯤 속고속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정당한 경쟁을 하며 진심을 담아 노력을 하는 국민으로 가득할 수 있을까? 나는 우리나라가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경쟁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어떻게 보면 사기를 치는 것은 '우리는 이뤄낼 수 없다', '할 수 없다'는 패배감에 선택하게되는 생존적 결단일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할 수 있다"는 말로 빈국의 국민을 설득시켰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대를 앞서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폭발적인 경제성장은 세계를 속이고 사기를 쳐서 얻은 것이 아닌, 산업역군들의 정직하고 성실한 노력의 결과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정직을 되찾는다면 더더욱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우리 사회는 '남을 속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패배감에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보다 정직한 부국이 되길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1. 2016. 03. 24. 여성시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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